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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Music News

그 동안 내가 써봤던 이어폰과 헤드폰, 음감기기들




 제부턴가 (대략 대학 2-3학년 때였던 거로 기억한다) 나는 이어폰과 헤드폰에 대한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되었다. 쭉 1~2만원 짜리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던 중 우연찮게도 '이어폰 혹은 헤드폰을 바꾸면 신세계가 열린다!'라는 간증글들을 접하고 거기에 혹한게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저렴한 이어폰을 사용해왔을지언정 음악듣는 건 언제나 좋아했으니. 


 하지만 이어폰과 헤드폰에 집착하기 시작한 순간, 고급형 제품을 추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갑 속 돈은 털릴 수 밖에 없었고....계속 털림에도 이어폰이 단선될 때마다 나는 또 욕심을 부렸다. 그 덕에 안그래도 옷, 화장품, 악세서리에 투자 안하던 애가 더더욱 외모치장에 돈은 덜쓰게 되었더라는..........솔직히 그렇게 슬프거나 하지는 않다. 나는 이상하게 이어폰에 십 몇만원 쓰는 건 그렇게 아깝지 않은데 옷 한 벌 사는 돈은 너무나 아깝더라....






무튼 이렇게 유혹에 넘어간 내게 신세계에 눈을 뜨게 해 준 첫 이어폰은 Creative사의 Aurvana Air!였다.









아...지금봐도 감탄이 나오는 디자인이다.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수상했다는 말도 들었던 것 같다.

처음 사보는 비싼 이어폰에 정성스러운 패키지를 보며 감동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저 케이스 진짜 가죽이었을거다)



제이웍스사의 행사에서 할인가에 구 했던지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정가가 대략 15만원 내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오르바나 에어의 인기가 오르며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현상을 보이긴 했지만서도.


 Aurvana Air!는 디자인만큼이나 청아하고 맑은 소리를 냈던 이어폰이었다. 저 이어폰으로 R&B(특히 여가수)나 관현악기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속이 시원하고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균형은 잘 잡혀 있었다. 오픈형이라 저음이 많이 빠지는데다 소리가 맑고 깨끗한지라 베이스가 많이 들어간 음악에 적합한 이어폰은 아니었지만서도 그 장점이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는 좋은 이어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청순하게 생긴 외형만큼이나 선재가 약한 편이라 단선이 빨리왔다는 것과 (눈물 그리고 또 눈물. 선재도 약하지만 고가의 이어폰을 대하며 충분히 조심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차음이 정말 안된다는 거. 지하철에서 들으면 내가 음악을 듣는건지 지하철 소음 위에 소음을 끼얹은 건지 헛갈린다. 쓰면서 2번의 단선을 겪었는데 그 때마다 다행히 선재의 외형적 손상이 아니라 선재 내에서 단선이 발생한지라 무료 AS로 리퍼제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결국 차음이 안되는 것과 얇은 선재에 대한 두려움(...) 으로 지방의 어떤 분께 입양(-_-ㅋㅋ) 보내고 말았다.


 





오르바나 에어를 입양보내고 옮겨간 것이 같은 Creative사의 인이어 이어폰, Aurvana In-Ear II 였다. 

오르바나 에어에 대한 만족감으로 다시 크리에이티브사의 이어폰을 선택.






귀엽게 동글동글한 것이 유저들 사이에서 별명도 초코송이였다.....ㅎ



 같은 크리에이티브 제품이지만 두 이어폰의 성향은 확 갈렸는데 오르바나 에어가 균형잡히면서도 고음을 잘 표현했다면 인이어 II는 저음이 부스트 되어있어 그냥 들으면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어폰이었다. 그래서 이어폰만 따로 쓰는 것이 아니라, 이어폰 단자에 저항을 추가로 연결해 고음을 올려 균형을 맞춰야 했다. 사용하는데 적지 않은 번거로움이 따름에도 2번이나 재구매를 했던 것은 저항을 맞추면 좋은 소리가 나오는데다 저 가격 (13만원 전후)에서 달리 선택할 수 있는 이어폰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격도 비슷하고 입소문 좋은 제품이 있어도 정식발매가 아니라 AS가 안되는 문제가 대다수) 

 오르바나 에어에 비해서는 선재가 튼튼한 편이었으나 인이어 II도 마찬가지로 사용하면서 선재에 문제가 생겼으니 그것은 바로 선재가 딱딱해진다는 (....) 것이었다. 선재에 입혀둔 얇은 코팅이 벗겨지는 건지 어떤건지는 몰라도 사용할수록 선재가 딱딱해졌다. 그 덕에 겨울 추운날씨만 되면 선재가 더 딱딱해져 자칫하면 단선될 큰 위험이 도사렸다........ㅠ 꾸준히 사용하던 인이어 II가 단선되며 다시 재구매가 아니라 새로운 이어폰으로 옮겨가는 계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이팟의 구매였다.





현재 사용중인 애플 인이어로 넘어가기 전 덧붙여야 할 제품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내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헤드폰이자AKG사의 레퍼런스급 헤드폰인 K601이다.







 정가가 삼십 몇 만원이었는데 나는 중고로 20? 25?에 샀었다. 오르바나 인이어를 쓰던 당시 구매했던 이어폰이었는데 더운 날씨에 노량진으로 가서 어떤 분으로부터 구매했었다는 것 외에 정확히 언제 구매한 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때 남자분이 내게 했던 말이 '남자분이 나올 줄 알았다'였는데, 문자에서 내 말투가 여자로 보이지 않았다는 건지 아님 여자가 헤드폰을 사러 나올 줄 몰랐다는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둘 다 인 거 같다....ㅋㅋ


 인이어 II를 만족하며 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K601을 쓰며 느꼈던 것은 '아........이어폰은 헤드폰에 안된다는 게 사실이구나' 였다. 정말이다. 아무리 고가의 이어폰이라 해도 헤드폰에는 (무늬만 헤드폰이라면 모를까) 안된다. 레퍼런스급으로 나온  헤드폰인지라 더 차이를 크게 느꼈는진 모르겠지만, 헤드폰으로 듣다 이어폰으로 들으면 답답하고 불만족스럽다. 평소에 좋다며 만족했던 이어폰임에도 말이다. 이 때문에 한 번 헤드폰과 이어폰에 취미를 붙이면 다시 돌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이미 내 귀는 신세계를 경험해버렸는데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ㅜ 무슨 개미지옥도 아니고 한 번 발을 담그면 뺄 수가 없다 ㅠ. 


 재밌는 건 이어폰으로 듣다 헤드폰으로 들으면 큰 차이를 못느끼지만 역으로 헤드폰->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어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는 것이다. 역시 더 좋아지는 것보다 나빠질 때 그 효과를 확 느끼나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크기도 만만치 않은데다 오픈형이라 아웃도어용으론 전혀 불가하고, 여름에 저 패드를 끼고 있으면 땀이 찬다는 것.....이다. 다른 중,고가의 헤드폰은 사본 적이 없어 패키지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패키지도 아쉬운 편이었다. 종이박스 안에 호환단자, 헤드폰이 끝 ㅋㅋㅋㅋ 여분의 패드는 없었다. 그래서 더러워진다 싶으면 바로 세탁을 해줘야 한다.





 이어폰과 헤드폰에 빠지며 교보문고에 가면 항상 헤드폰 청음을 해봤는데, 청음을 했던 제품 중 가장 못쓴다 싶은 제품은 단연 비츠 바이 드레 헤드폰들이었다. 한 4개 정도 청음을 해봤는데 전부 다 당황스러웠고 30초도 되지 않아 내려놓고 말았다. 듣는 순간 이건 음악을 들으라는 건지 아님 저음만 들으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헤드폰이나 이어폰이 특정 영역대를 가감시키지 않고 되도록이면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아티스트와 프로듀서가 의도한 그대로 듣고 싶기 때문이다. 주파수 그래프를 V자로 만들면 귀에 좀 더 자극적이고 흥이 돋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그냥 밋밋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듣고 싶다. 내가 헤드폰과 이어폰, 음감기기를 사며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이었다. 그래서 내 눈엔 일부러 저음을 정말 과도하게 부스팅한 닥터 드레 헤드폰이 상당히 '제 값을 못하는', 좀 격하게 표현해 보자면 사람들이 블랙베리를 일컷듯 '예쁜 ㅆㄹㄱ'로 보이기도 한다. 설령 내가 다른 장르의 음악은 제외하고 오직 힙합만 듣는다 하더라도 닥터 드레 헤드폰은 안 살 거라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반면 들으며 괜찮다, 사고 싶다 싶었던 제품은 Shure의 SRH 840, 야마하의 pro400, 소니 MDR-1 시리즈 등 (mdr 중에서도 무슨 기능이 장착되어 있는 모델만. 그냥 mdr은 소니제품답게 저음 부스트가 있다) 이 있었다. 특히나 Shure 제품은 착용감과 요다현상만 아니었다면 정말 구매했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었다. 아웃도어용으로 열심히 찾아다녀봤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은 요다현상이 있거나 너무 무겁거나 착용감이 쉣이거나 차음성이 떨어지거나 이 4개 중에 한 두개는 반드시 걸렸다. 이래서 헤드폰은 구매하기 전 반!드!시! 먼저 청음을 해봐야 한다. 저런 건 직접 써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거니까. 저걸 다 만족하는 헤드폰은 없구나 싶었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더라는 슬픈 얘기가.....) 



 무튼 다시 K601로 돌아가자면, 레퍼런스 헤드폰 답게 소리가 정말 만족스럽다. 고음은 고음대로 선명하면서도 귀를 쏘지 않게 잘 뽑아내주고 저음은 저음대로 부족함 없이 단단하게 표현해준다. 헤드폰을 자주 쓰지는 않지만 한 번 쓰고 듣기 시작하면 평소 계속 듣던 음악임에도, 새로운 음악을 듣는 것처럼 즐거워 몇 시간씩 듣게 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어폰, 바로 애플 인이어다. 포스팅에 언급했던 이어폰들 중 가장 저렴하지만 (9만원 내외) 만족감은 뒤쳐지지 않는 내 소중한 재산이다. 








애플 인이어를 구매하게 된 것은 누가 뭐래도 아이팟 때문이었다. 삼성의 yp-q2 -> 코원의 S9 -> 소니의 NWZ-S755 , 삼성의 yp-rb 를 거쳐 현재 내가 정착한 음감기기는 아이팟 5. 내가 썼던 기기들은 전부 다 커뮤니티에서 이름 좀 날렸다 하는 인기제품들이다. 저 제품들 전부 적어도 재생시간이 최소 30, 혹은 40시간이고 성능대비 가격도 좋았다. 그 중에서 (아이팟 제외) 내가 제일 아끼고 지금도 처분하지 않고 갖고 있는 것이 소니의 NWZ-S755. 




이건 진짜 명기. 소니라는 크리 때문에 소형기기임에도 불구하고 16만원이라는 가격을 자랑했으나, 센스미 기술 하나로 가격 크리를 무마시켰고 긴 재생시간과 왜곡없는 음원재생 등 사용감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나는 즐겨사용하지 않았으나 베이스를 좋아하는 사용자들이라면 혹할 소니의 유명한 클리어 베이스 효과, 노이즈 캔슬링, 가라오케 효과 등 장점이 많은 기기다. (센스미 기술은 진짜 아이팟에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동영상 감상과 기타 기능없이 음악만 감상하고 싶다면 정말 강력추천하고 싶은 제품. 




 나는 S755를 쓰다 다른 기능에도 욕심이 나 아이팟을 구매하기로 결정했고 아이팟과 궁합이 최고라는 아이팟 인이어 II까지 갖게 되었다. (근데 사실 지금도 아이팟으로 음악듣는 거 외에 다른 건 거의 하지 않는게 함정. 음감 90% 나머지 10%다.)



 애플 측이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애플 인이어는 아이팟의 이퀼라이저와 궁합이 잘 맞는 제품이다. 애플 인이어 자체는 앞서 나왔던 크리에이티브 사의 인이어 II와 마찬가지로 저음이 좀 부스트 된 이어폰이다. 그런데 아이팟의 트레블 부스터와 접목시키면 소리의 균형이 맞는다. (이것만 아니었으면 다른 이어폰을 구매할지도 몰랐겠다) 거기다 이어폰에 장착된 리모컨이 있어 아이팟을 건들이지 않고도 재생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차음은 크리에이티브의 인이어 II보다는 아쉽지만 나쁘지 않고 패키지도 그 정도면 만족한다. 더욱이 선재가 딱딱해지거나 너무 약하다거나 하는 문제가 없어서 좋다.






 아까 내가 썼던 기기들을 나열했는데, 저 중에서 내가 가장 '왜 샀을까'싶었던 것이 yp-rb였다. 이미 소니 제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yp-rb에 대한 칭찬과 높은 평가에 혹해서 구매를 결정했는데, 소리를 떠나 yp-rb는 구동방식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제품이었다. (소리자체는 만족) 

정말이지 난 로딩하다가 시스템이 정지되어버린 건 줄 알았다. 그만큼 반응속도가 느리다. 또 생긴 것과는 다르게 가로-세로 화면 전환도 안되고 -_- 답답해서 못쓰겠는데 거기다 많은 사람들이 칭찬했던 이퀼라이저 효과도 내게는 '인공적'이고 '부자연'스럽게만 들렸다. 결국 실질사용시간은 2주도 안됐고 다른 분께 입양보내버렸다.





 yp-rb다음으로 불만족스러웠던 제품은 코원의 S9였다. S9는 음감기기로서, YP-RB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소리 자체가 별로였다.  음악듣는 데 왜 그리 답답한지. 엄청난 EQ조절을 하고 나서야 마음에 드는 소리를 찾았는데 그만큼 배터리는 빨리 닳았다 (안그래도 AAC파일 대신 배터리 소모가 빠른 OGG 파일을 지원하는데). 결국 소니의 S755를 영입했고, 재생버튼을 누른 순간 느껴지던 그 뻥뚤림!!!!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S755도 극저음에 아주 살~짝 부스트가 되어있는 제품인데 S9 소리는 대체 어떻게 재생되길래 그렇게 답답했던건지 의문이다. 다시는 코원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사용중인 아이팟 5. 개인적으로 흠잡을 데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아이팟 5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던 이유가, 왜곡없는 음원재생과 긴 재생시간이라는 음감기기에 있어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 2가지를 월등히 만족시켰기 때문이었고, 가볍고 얇아 휴대성이 좋다는 것과 세련된 디자인, 다양한 성능은 보너스였다. 거기다 아이튠즈 접속도 바로바로 가능한 것이 정말 좋다. 마음에 들면 이것저것 클릭할 필요 없이 바로바로 구매 가능. (처음 아이팟이 흥할 때 내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도 여기에 있다. 아이팟의 큰 장점 중의 하나가 아이튠즈와의 연동인데 아이튠즈 사용자가 드문 우리나라에서 왜 아이팟이 흥할까?카메라는 잘 안써서 모르겠고...와이파이 연결 잘되고 가끔보는 동영상에서도 만족스러운 재생능력을 보여준다. 내가 산 건 블랙색상인데 실제로 보면 푸른빛이 도는 오묘한 색. 처음엔 빨간색 하늘색 엄청 끌렸는데 계속 들고다닐 걸 생각하니 역시 블랙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리퍼기간 넉넉한 중고로 샀었는데 새거나 다름없어서 좋았고...



 음감기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잘 갈아치우는 게 내 성미인데 고장이나 단선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현재의 애플 인이어 + 아이팟 조합을 계속 사용할 것 같다. 앰플은 가격이 너무 세서 부담스럽고 가격이 부담스러운 건 50만원, 100만원을 호가하는 헤드폰들도 마찬가지...지금 현재의 음감생활에 만족하고자 한다. 소니의 센스미만 아이팟에 탑재되어있으면 정말정말정말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서도.